지난 글에서 미식의 기본을 "화장실"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렇다면 미식의 끝은 무엇일까요.쉽게 답을 하기 곤란한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서,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미식의 끝을 정의하고자 합니다.그렇다고, 값비싸고 희귀한 재료와 최고의 전문쉐프가 만들어서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족이나 부자의 식사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며, 결국 사랑하는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맛있는 식사의 기억과 같이 평범하거나 소박한 답도 하지 않으렵니다. 미식의 방향이 극한으로 가다보면, 섬세함과 디테일, 창조성 등에 집중하게 되어 결국은 예술의 영역과 조우하게 됩니다.Art란 얘기죠. 미식에 대한 판단과 사유가 안드로메다(?)로 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예술계 종사자에 미식가가 많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마찬가지로 예술 작품에 대한 접근성이 유리하고 다양한 경험이 월등히 많은 재벌들에게서 미식가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식이 어렵습니다.20살의 젊은 나이에 사법고시를 패스할 수도 있고, 탁월한 연구 능력과 논문으로 유명한 상을 받거나 어린 나이에 교수가 될 수도 있고, 세계적인 운동선수나 피아니스트, 요리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러한 인재와 천재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반면, 20살의 세계적인 미식가라고 하면... 사기꾼이겠죠. 미식은 경험의 세계라서요. 각설하고,첫째, 제가 보는 미식의 끝은 결국 도자기입니다.음식을 담는 그릇, 술을 따르는 잔, 이런 것들을 모두 총칭하는 도자기는 미식의 핵심 요소로서 미식에 생명을 불어 넣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도자기를 잘 고르고 볼 줄 아는 안목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저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 와인을 접할 때(레스토랑, 잡지, 포스터, 인터넷 모두) 와인 옆의 와인잔의 모습에 강한 집착을 합니다. 와인잔만 보아도 레스토랑의 수준, 잡지와 포스터의 편집자의 실력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식의 끝의 다른 하나는, 결국 미식가 본인이 식재료를 고르고 만들어 낸 음식의 수준에서 나오게 됩니다.영화 감독과 영화 평론가의 직업 영역은 전혀 다르지만, 이와 달리 음식은 쉐프와 평론가가 서로 논쟁만 하는 관계는 아닙니다.남의 음식을 즐기지만 미식가는 감상이나 평론의 범위에서만 머무르지 말고, 재료와 요리를 다를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이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첫째, 국내 레스토랑의 기성 음식(예를 들어 최고가가 3~50만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재료와 요리를 접하거나 만들어야 할 때가 있으며, 둘째, 음식과 술 사이의 밸런스(품질, 가격)를 맞추기 위해서는 역시 기성음식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문 평론가들이나 유명 미식가들이 국내외 고급 레스토랑에 국한하지 않고 산지의 제철, 희귀 재료에서 더 큰 감동을 보이는 경우가 이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너무 좋고 희귀하고 비싸서 레스토랑 자체에서 쓸 수 없는 것들이니깐요. 결국 본인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합니다. 그 음식의 완성도가 미식의 수준을 좌우하고요. 끝으로 저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라면 하나라도 기가 막히게 끓일 수 없는 사람이 음식 평론가라고 한다거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SNS에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레스토랑이나 와인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올렸으나 자신의 요리(집밥)는 내세우지 못하는 인플루언서를, 절대 미식가로 보지 않습니다. 아울러, 미식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생각이 더욱 성숙하면계속 글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