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4월 27일김봉현영순위,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영순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에게 물어본다면 단연코 영순위는 위생과 청결입니다. 재작년 2월에 서울에서 가장 비싼 식당 중의 하나인 스시코지마(지금은 국내에서 일식 분야 유일한 미슐랭2스타)에 지인과 함께 간 적 있었습니다. 스시코지마는 다찌가 값비싼 히노끼 카운터로 유명한데 접시 없이 히노끼 위에 바로 사시미와 스시를 내어주는 스타일이 특색입니다.세련된 인테리어와 친절한 전문 서버, 등뒤의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청담동 뷰에 더해진 먼지 한 톨 없을 것 같은 히노끼 다찌 앞에 마주 앉으면 벌써부터 큰 환대와 대접을 받는 느낌입니다. 당시 바로 왼쪽 옆자리에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정유경 사장 모녀가 앉아있던 것으 로 기억합니다.그런데, 맛있는 스시를 음미하고 있는 식사 중간 즈음에 오른편에 멀리 앉아 있던 어느 여자 분이 쉐프님께 “그걸로 닦지 마세요. 더러워요!”라고 약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었습니다. 그 쉐프님은 신라호텔에서 모리타상(이건희 회장이 스카우팅)의 수제자로서 기술을 전수받아 스시 분야에서는 이른바 국내 최고의 장인인 박경재 쉐프입니다. 식사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큰소리의 짜증을 내는 것을 듣는 것은 당연히 불쾌한 경험이지만, 한편으로는 스시 장인에게 저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높은?) 사람일까, 그리 고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문제는 단순했습니다. 그 여자분은 박경재 쉐프가 키친타올로 히노끼 다찌를 닦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당시 그 키친타올은 일명 빨아쓰는 키친 타올로 위생에는 문제 가 없을 것 같은데, 아마 그 고객에게는 순면행주와 달리 키친타올이 더럽게 보인 모양입니다. 실제로 일부 가정 집에서는 일회용 키친타올 뿐만 아니라 빨아쓰는 키친타올 역시 사용후 먼지(타올의 미세 섬유)가 조금씩 묻는 이유 때문에 약간 꺼릴 때가 있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비단 저 까칠한 고객 뿐만 아니더라도 고객의 눈은 날카롭고, 위생과 청결에 대 한 기준은 생각 외로 엄격합니다. 세계 최고의 스시야라고 불리는 일본 도쿄 긴자의 오노 지로의 스시집에서는 수습 직원은 처 음 몇 년 동안 행주를 빨고 짜는 일만 배운다고 합니다. 음식과 음식점의 기본을 배우라는 원 칙과 함께 고객에게 최상의 행주를 내드리는 업무의 과정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만큼의 엄 격하고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일본의 유명 스시야를 가다보면, 서슬퍼런 사시 미칼과 같이 날카롭고 섬세한 모습을 가진 “관리의 측면”을 경험할 때가 많습니다. 위생과 청결을 영순위로 말씀드리는 이유는 무척이나 기본적인 이유와도 가깝습니다.살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한번쯤은 배탈이나 식중독을 경험해 보셨을텐데, 음식으로 인한 탈이 참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이 탈은 배만 아픈 게 아니라 두통과 몸살까지 수반할 뿐만 아니라, 아예 그 음식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강력하게 형성하기도 하고, 심각하게는 어떤 이에게 평 생의 트라우마로 남으면서 그 음식을 영원히 멀리하게끔 하기도 합니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즉각적인 행복에 빠지게 하지만, 위생과 청결을 지키지 않은 음식은 독 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영순위는 맛있는 음식과 훌륭한 재료, 멋진 분위기 와 세련된 인테리어, 함께 식사를 즐긴 상대방과의 소중한 시간, 노련하고 유명한 쉐프님도 아닙니다. 단연 위생과 청결입니다.